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엑스퍼트 시스템이란?
전문가 시스템(엑스퍼트 시스템(Expert System))이란 일종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어디서도 상세하게 이해할 만한 글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머릿속으로도 정립되지 않은 개념이었다.
- 엑스퍼트 시스템 의사 등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지식이나 추론 방법을 컴퓨터로 옮겨 넣어서 전문가 이외의 사람들도 이와 같은 지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의 일종. 지식 베이스라 불리는 데이터베이스에 전문가의 지식을 넣어두어 추론 기능을 사용, 일정한 판단을 내리는 장치이다.
아... 정말 막연하지 않은가?
전문가 시스템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저 글만 봐선 결코 엑스퍼트 시스템이 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한 추리 소설을 통해 엑스퍼트 시스템을 이해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학생가의 살인이란 책을 통해서다.
Expert System을 이렇게 까지 이해하기 쉽게 적은 글은 처음 본다. 이하 대화 내용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학생가의 살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사람 이름이나 회사 이름은 개의치 말고, 전문가 시스템이 뭔지만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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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가 다른 각도에서 질문했다.
"그야 물론 동업자죠.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엑스퍼트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것을 훔쳐 간다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엑스퍼트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들, 그러니까 컴퓨터 관련 회사라는 뜻입니까?"
"컴퓨터 관련 회사가 다는 아니죠. 이번에 우리가 실용화에 성공한 소프트웨어는 생산 기술 엑스퍼트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거기에 담긴 지식 자체도 우리 회사에는 귀중한 재산입니다. 그러니 같은 가전 메이커에 유출된다면 상당한 손실이 되겠죠."
"잠깐"
고즈키는 샤프펜슬을 쥔 손을 들어 야마노의 얘기를 중단시켰다.
"생산 기술 엑스퍼트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설명 해 주시면 좋겠는데요."
야마노는 몇 초 동안 형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생산 기술 전문가 시스템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컴퓨터가 설계자에게 생산 방법에 관한 조언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설계자가 새로운 모터를 설계하려고 하는데, 소형화와 경량화를 위해 신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생겼다고 해 보죠.
이 경우, 소재를 어느 선까지 가공할 수 있을지, 용접은 가능한지, 열에 의한 변형은 어느 정도인지 등 생산에 앞서 다양한 의문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설계자는 무수한 자료와 다양한 사례를 참고로 설계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교과서적인 매뉴얼만 가지고 대처할 수 없는 문제도 여러 가지 생깁니다. 그런 경우 종래에는 설계자가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문의해서 설계에 참고했는데, 시간적인 손실과 허점이 많았지요."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컴퓨터로 대체(Expert System)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야마노는 기계인청 같은 움직임으로 끄덕,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가 올 겁니다. 신속하게 설계해서 재빨리 제품화하고, 또다시 신제품 설계에 들어가는 것이죠. 그렇게 일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고, 설계자 자신이 생산 기술 엑스퍼트가 되는 셈이죠. 인공 지능은 그걸 가능하게 합니다.
뛰어난 생산 기술자가 퇴직하더라도 그의 지식과 노하우는 완벽하게 회사에 보존되기 때문에 차세대에 전수하기도 아주 쉽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생산 기술 전문가가 불필요해지지 않을까요?"
형사가 묻자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야마노가 눈에 힘을 주며 고개를 저었다.
"지식이나 노하우는 상한선이 없어요. 그러므로 앞으로도 지속해서 시스템에 새로운 자료를 입력해야 합니다. 앞을 내다보고 연구하는 사람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반대로 기존의 지식만 기억하는 창조적이지 못한 인간은 가치가 없어지겠죠. 요즘 신입 사원 중에도 그런 타입이 적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렇군요."
고즈키는 센트럴 전자의 기술자도 야마노와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엑스퍼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도』 의사가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서는 안 되며 시스템을 이용하는 전문성을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
"잘 알겠습니다. 즉 귀사의 Expert System 기술 정수이니 절대 타사에는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생산 기술 전문가 시스템을 유출한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생산 기술에 관한 노하우를 고스란히 도난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설계자의 질문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이고 적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 하는, 엑스퍼트 시스템 자체에 관한 기술도 도난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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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해, 우리 회사 생산 기술자가 정보가 될 지식을 제출하면 그것을 센트럴 측의 기술자가 컴퓨터에 저장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센트럴 측의 기술자는 날리지 엔지니어의 약칭인 KE로 불리는 사람인데, 이른바 인간과 기계를 잇는 중개자 역이죠."
고즈키는 머릿속으로 마쓰키가 KE였지, 하고 생각했다. 야마노가 말을 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KE가 생산 기술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통해서 KE는 전문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식을 전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분석해 냅니다. 『인간의 사고 시스템』을 질서 정연한 프로그램으로 바꾼다고 표현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해서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전문가 시스템을) 컴퓨터에 장착한다는 말씀이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전문가의 잠재적인 심리를 알아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Expert System이 철학이며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내가 필요한 작업을 끈질기게 해 나가야 하는데, 생산 기술은 절삭, 프레스, 용접 등의 가공 기술과 금속, 수지 등 재료에 관한 기술 등 범위가 아주 넓고 또 각 분야에 전문가가 따로 있죠. 이번 작업에서도 KE가 인터뷰한 전문가가 열 명 이상은 될 겁니다."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작업이었겠군요?"
고즈키가 물었다. 야마노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 후에 대답했다.
"아마 1년 넘게 걸렸을 겁니다."
(끝)
히가시노 게이고는 기계과를 졸업한 추리 소설가다. 엑스퍼트 시스템을 이렇게 재미있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글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거라 장담 한다. 누구라도 위의 대화 내용만 읽게 되면 전문가 시스템이 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엑스퍼트 시스템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