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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프로그래머가 운동 안 하면 생기는 병, 당뇨

by vicddory 2019. 4. 21.

나는 84년 쥐띠라 이젠 30대 중반을 넘어 40대로 향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나둘 몸에 병기기 시작했는데, 프로그래머인 내 경우엔 족저근막염, 오십견을 겪었다. 거북목은 지구인 공통사항이라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그리고 친구는 당뇨에 걸렸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신랑이다.

그가 당뇨 환자다.


결혼 준비할 때는 결혼 준비 때문에 피곤하다고 생각해 주말엔 거의 잠만 잤다고 한다. 제수씨랑 혼수 보는 날이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고 한다. 그게 다 결혼 준비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단다.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했으며, 피곤하다 보니 움직이기 싫었고, 밥 먹기도 귀찮아 인스턴스 음식으로 저녁을 주로 때웠다.

이 모든 원인이 결혼 준비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몸이 조금 안 좋다고 생각했던 건, 신혼여행 가서다. 제수씨와 와인 한 잔을 마셨는데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이젠 스트레스 없어질 만도 한데 왜 이럴까 싶었다고 한다. 결국 신혼여행지에서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못 마셨다. 제수씨 보기에 친구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제수씨 말로는 처음엔 스트레스 때문에 표정이 안 좋고 피부가 까칠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얼굴과 구취(입 냄새), 왠지 말라가는 듯한 친구의 몸, 어딘가 아파 보였다고 한다. 둘 다 신혼여행지 가서야 그렇게 생각을 했다.


신혼여행 다녀온 뒤, 바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당뇨 판정을 받았다. 비만도 아니고 가족력도 없는 그에게 당뇨 판정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곧 회사를 그만두고 원래 하고 싶었던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삶이 넉넉해져서 당 수치는 좋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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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픈데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왼쪽 뺨으로 슬픈 흔적이 새겨졌다. 흐릿한 눈을 깜빡이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으려 했는데, 오른쪽 눈에서 한 방울, 왼쪽 눈에서 또 한 방울 떨어지며 바지에 동그란 점을 남겼다.


분명히 결혼 전에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아플거란 생각은 왜 하질 못했을까.


슬펐다. 30대 중반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연장자분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이게 나이를 먹는 느낌이구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예전처럼 살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유난히 까만 얼굴이 보였다. 내가 왜 이럴까 싶어 코웃음을 쳤더니 눈가에 맺혔던 물방울들이 또 뺨을 타고 턱으로 내려와 맺혔다. 눈물 맺힌 위치만큼 잠시 격렬했던 내 감정도 마음속으로 내려갔다.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의 술잔엔 물이 담겨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짠~을 외치며 한 잔 비웠다.


이내, 우는 남자 봐서 내일 재수 없겠다고 말하는 그 친구와 당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과 제수씨 둘 다 힘들다고 한다. 제수씨에게 아파서 미안해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쌓였다. 그렇게 친구의 탄식은 내 가슴속에 하나둘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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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동 좀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당뇨에 걸린 사람이 운동하라고 말하니 가슴에 와닿았다. 내일부터 할 거라는 술자리 약속은 당연히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 히힛~


프로그래머로 사는 길은 어렵다. 공부해야 할 것들은 계속 쏟아지고, 고객 니즈는 점점 수준이 높아진다. 건강도 챙겨야 한다.


결론은 뭐다?

술 담배 줄이고 운동해라.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다. 무슨 결론이 이렇냐고 따지면 어쩔 수 없다. 당신의 기분 탓이다. 당뇨 걸리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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