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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합법적으로 음주가무를 즐기기 시작한 무렵. 전산원(요즘 IT 학원) 졸업 후 SI 업체로 취직하던 분들이 많았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IT 분야 취업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덕택에 개발자 소모품으로 생각해 쓰고 버리는 거라는 잘못된 사고가 이 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다. 2천 초반의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아 프리랜서로 전향해도 월급은 고작 2,300 많아질 뿐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농사짓는 것도 아닌데 겨울엔 왜 일이 없을까?
불안하여 개나리가 피는 봄에 향긋한 꽃내임을 맡으며 면접 자리로 향한다. 근데 세상에나 ...
LG, SDS, 현대에서 단가를 5~15%를 내렸단다!!!
SI 위주였던 우리나라 IT 현실에 인력 시장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5년 찬데 연봉이 그대로라고 하소연하던 선배님들이 많았다.
월급이 오르지 않아 주력 프로그래밍 언어를 바꾸거나, 결혼을 미루거나, 둘째 계획을 미루는 분들이 속출했다. 사회에선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30대 개발자들이 요즘 40~50대 개발자분들이다.
물론, SI 안 하던 분들은 해당하지 않겠지만...
이 당시 유행하던 말이
- 개발자 때려치우고 공무원 하면 되지!!
- 공무원에 올인!!
- 공무원 시험은 xxx!!
정말 공무원이 만만해서 그랬을까?
30대 중반, 40대 초반이면 내쫓기는 IT 회사 분위기가 먼저였다. 평생 개발자로 살고픈 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하거나, 연봉 낮춰 이직했다. 실력 좋고 연봉 높은 사람보다 실력 낮아도 연봉 낮은 사람을 우선 채용하던 시절이다. 지금은 반대로 바뀌었지만.
아마도 공무원 이야기하던 건, 정년이 보장된 그들의 삶이 부러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무원 시험 어렵고, 합격률 또한 낮다.
그럼에도 공무원이 부러워 공무원 드립이 많았다. 평생 개발자로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왜 없었을까? 그랬다면, 공무원 드립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후에 등장한 것이 장사, 치킨집이었다.
이면에는 여전히 정년 보장되지 않는 개발자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우리네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낮아질 대로 낮아지는 IT 인력 단가 속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며 연봉이 깎였다.
연봉은 학력 위주, 실력은 학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취급받는다는 분위기를 겪었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드러내야 살아남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힘든 시기를 마침내 겪어냈다.
실력이란 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남았고, 영감스럽게 영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험 + 센스 + 노력 + 영감 - 꼰대력
존경받을 사람이란 이렇지 않을까.
치킨집 ... 치킨집이라 ... 치킨 ... 움 .... 치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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